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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전 아버지의 손을 잡고, 낡은 지프차를 차 타고 덜컬거리던 길을 한참 가서 먹어 보던 숯골 원 냉면 집을 오랜만에 다시 가보았다

아마도 처음 갔던 기억을 보면 족히 50년은 지난 기억일 것이다

부모님이 모두 북한이 고향이고 625 전쟁 통에 월남하여 친인척이 없던 기억속에 유일한 고향의 정취를 느낄수 있었던 곳으로 자주 가던 곳이다

특별한 날에나 의미 없는 날이나, 더운날 이나 추운날이나 그저 당연히 찾아가 먹던 냉면 한그릇이 이렇게 오래 동안 기억으로 남아 있으리라곤 생각지 못했다

두분 부모님이 돌아가시고도 대전을 지나가던 때면 일부러 들려 먹던 냉면은 단순히 음식이 아니라 기억속의 중요한 등급의 감정 고리 인 것이다.

어릴 때 찾아가 인사하던 주인이 3대사장님 이였다고 하는데, 이번에 방문하니 벌써 5대 사장이 등장하였고, 대전시 지정 100년 노포식당으로 알려지게 되었나 보다.

1대 사장님이 1920년 평양에서 “평양 모란봉냉면”
2대 사장님이 1940년 가업을 이어오다
3대 사장님이 남한으로 피난와서 대전 “숯골원냉면”
4~5대 자손들이 가업을 이어가고 있는 곳이다
100년 노포식당의 맛이 이어지고 있다.

 

시원한 닭육수와 닭고기 .. 알맞은 짤기로 끊어지는 메밀면.. 약간 시큼한 동치미....

 

처음 먹는 사람은 무미한 평양냉면에 실망하고 의아해 하겠지만, 자리를 일어설때면 다시 바라보게 되는 은근한 매력이 있는 음식이다.

전국에 수많은 평양냉면 집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모두 성업하고 있지만..

집집마다 그 맛이 조금 씩 다 다르다는걸 알려면 한두번 먹어 봐서는 그 맛과 의미의 차이를 알수 없는 기묘한 음식 중에 하나 인 것이다.

재료의 한계로 어렵게 만든 한그릇 한그릇에 냉면의 참된 의미를 헤아려 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

세월이 흘러 조금은 변한 식당이나 운영자 들이지만, 좋은 추척으로 간직할 만한 식당 중에 하나로 기억하고 싶다

오랜만에 주문하고 받아본 물 냉면 한 그릇..

문득 어릴때는 파가 좀 뿌려져 있던 것 같은데..라고 주인에게 얘기하자

깜짝 놀라며, 자기도 기억뿐인 옛날 레시피라며, ..할머니가 육수맛을 해친다고 파를 뿌리지 않기로 했다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난다고 하며, 오래전 얘기라고 반가워 해 주었다.

세월이 흐르면 조금 맛은 변하겠지만..

그 기억은 그저 남아 있어야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변함 없는 맛이 유지 되길 기대하며 더블어 추억도 지워지지 않는 장소로 남아 있길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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